요즘 핫한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 도전기 (장비, 숙소, 일정)

안녕하세요. 항산지웅입니다.

요즘 들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단순한 여행을 넘어, 자신을 돌아보는 도보 여정으로서 '프랑스길(Camino Francés)'은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생장피에드포르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km를 걷는 이 여정은 신체적 도전임과 동시에 정신적인 성찰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본 글에서는 이 길에 도전하려는 이들을 위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세 가지: 장비 선택, 숙소 정보, 일정 구성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팁을 바탕으로 안내드립니다.

산티아고 이정표

 

 

장비: 무게는 줄이고, 기능은 살리고

 

순례길에서의 장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생존과도 연결됩니다. 하루 20~30Km를 30일 이상 걷는 장기여정이기 때문에 잘못된 장비 선택은 곧 부상과 불편으로 이어집니다.

 

먼저 신발은 반드시 트레킹용으로, 발목을 보호하는 하이컷 등산화나 경량 트레일화 중 자신의 걷는 습관과 발 모양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새 신발은 출발 최소 2~3주 전부터 착용해 길들여야 하며, 두꺼운 등산양말과 얇은 라이너 양말을 겹쳐 신는 이중 양말 시스템을 활용하면 물집 방지에 효과적입니다.

 

배낭은 35~40L가 적당하며, 자신의 체형에 맞게 허리벨트, 가슴벨트가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며, 반드시 실착 테스트 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팩킹 시에는 ‘3층 구조’를 기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하단에는 침낭, 중간에는 의류 및 세면도구, 상단에는 자주 꺼내는 간식, 지도, 헤드랜턴 등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배낭 방수커버는 필수이며, 비 오는 날을 대비해 내부에 옷을 넣는 방수팩까지 준비하면 더 안전합니다.

 

의류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속건성 긴팔 2장, 반팔 1~2장, 레깅스 또는 트레킹 바지, 보온용 후리스 또는 경량 패딩, 방수 자켓, 모자, 장갑을 추천합니다. 비누 하나로 세탁과 샤워가 모두 가능한 '순례자 전용 멀티 비누', 휴대용 빨랫줄, 접이식 세숫대야도 소소하지만 유용합니다. 의료용품으로는 파스, 발바닥 패드, 진통제, 연고, 반창고 등이 있으며, 발바닥 관리가 관건이므로 풋크림을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바르세요.

 

마지막으로 순례자 여권(Credencial), 여권, 복사본, 국제 학생증(ISIC), 보험증서 등을 방수팩에 따로 보관하세요. 전자기기는 최소화하되, 보조 배터리는 2개 이상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마트폰은 지도, 예약, 번역, 카메라 등 다용도로 사용되므로 충전 환경에 대비해 멀티 어댑터와 Y형 충전 포트도 유용합니다.

 

 

숙소: 알베르게부터 호텔까지 다양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숙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보 여행지입니다.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Albergue)**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프라이버시는 없지만 비용 효율과 교류의 장점이 있습니다. 공립 알베르게는 지역 행정에서 운영하며, 가격은 7~10유로 정도로 매우 저렴합니다. 다만 예약이 불가하고 선착순 입장이므로 오후 2시 이전 도착을 목표로 일정을 짜야합니다.

 

사립 알베르게는 민간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대부분 예약이 가능하며 침구 제공, 세탁기 사용, 아침식사 포함 등의 부가 서비스가 있어 좀 더 쾌적한 숙박이 가능합니다. 가격대는 10~20유로 사이며, 성수기에는 사전 예약을 추천합니다. 부르고스, 레온, 사리아, 폰페라다 등 큰 도시에는 게스트하우스나 중급 호텔도 많아 휴식일(Rest day)에 이용하기 좋습니다.

 

숙소 예약 시에는 ‘Gronze’, ‘Buen Camino’, ‘Wise Pilgrim’ 등의 앱이나 웹사이트를 이용하면 후기와 실시간 예약 가능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도네이션 하우스’라고 해서 가격 없이 기부만 받고 숙박을 제공하는 알베르게도 있으며, 따뜻한 순례자의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알베르게에서는 순례자 공동 식사를 제공합니다. 저녁 7시경 순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하고 하루의 여정을 나누는 시간은 큰 위로와 감동을 줍니다. 외국어 실력보다는 미소와 인사 한마디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며, 다양한 국적과 세대가 모여 같은 목표를 향해 걷는 그 자체가 특별한 교감의 순간입니다.

 

단점도 존재합니다. 공동 샤워실, 코골이, 제한된 공간 등은 불편할 수 있지만, 귀마개와 안대, 그리고 열린 마음을 챙긴다면 금세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걷는 거리만큼 중요한 것이 휴식이며, 이를 책임지는 공간이 숙소인 만큼 자신의 스타일과 예산, 일정에 맞춰 다양한 옵션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 완주를 위한 전략적 루트 구성

 

프랑스길 전체 루트는 약 800km, 통상 30~35일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순례자마다 체력, 일정,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 구성은 탄력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의 경우, 휴가에 맞춰 사리아(Sarria)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100km만 걷는 7일 루트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 구간은 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 최소 거리이자 풍경도 아름다워 초심자에게 적합합니다.

 

풀 루트를 선택할 경우, 1일 차는 생장피에드포르~론세스바예스 구간이며, 27Km의 고산구간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만, 초반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후 매일 20~25km를 걷는 스케줄로 30일을 계획하면 무리가 없습니다. 레온, 부르고스, 폰페라다 같은 대도시는 하루 정도 여유 있게 머무르며 문화 탐방과 휴식을 병행하는 ‘스마트 루트’가 순례 완주의 핵심 전략입니다.

 

하루 일과는 보통 오전 6시~7시 출발, 오후 1시~3시 도착으로 이루어지며, 중간 휴식지와 식사 가능한 바(bar)나 카페테리아를 미리 파악해 두면 좋습니다. 순례자 전용 식사인 ‘Menu del Peregrino’는 저녁에 10유로 내외로 제공되며, 와인 포함 3코스로 구성되어 많은 순례자들이 하루의 마무리를 이 식사로 정합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걷는 날도 있고, 날씨나 몸 상태로 인해 예상보다 못 걷는 날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목표 구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기보다는 ‘하루 2~3개 대안 숙소’를 염두에 두고 여유 있게 스케줄링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또한 필요시에는 버스나 택시를 활용해 구간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를 죄책감 없이 받아들이는 유연함도 순례자의 덕목입니다.

 

 

 

결론

 

산티아고 프랑스길은 단순한 도보여행이 아닙니다.

이는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자,

인생의 속도를 늦추는 귀중한 경험입니다.

장비는 철저히, 숙소는 유연하게, 일정은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누구든지 이 아름다운 길을 완주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길 중 하나이자,

가장 많은 이들이 다시 걷고 싶어 하는 길.
당신의 첫걸음은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